최초의 바이올린

조회 수 3154 추천 수 0 2010.05.01 03:40:23
sunshine *.205.51.84

1516년 9월 12일 프랑소와 1세는 여름철을 위한 별궁에서 성대한 생일 축하연을 베풀었다. 넓은 정원의 천막 아래에서 스물 네 명의 아름답게 단장한 젊은 여성들이 모여서 데올프, 루도, 뷔올 등의 악기를 합주했다. 이 악기들은 모두 오래 전부터 전해 오는 현악기이며, 그 그윽한 멜로디의 정감은 귀빈 신사 숙녀들을 매혹시켰다. 그 중에서도 홀로 ‘뷔올’을 타던 처녀는 솜씨와 용모가 특히 뛰어나 그 자리에 있었던 다빈치의 주목을 끌었다.

    다빈치는 곧 그 처녀를 불러,

    “로알 강변에 있는 구루의 저택으로 와 주시오. 그대를 모델로 하여 ‘음악’이라는 제목으로 그림을 드려 프랑스왕의 궁전을 장식하고 싶소.”

라고 말했다.

    그러나 처녀는 병들어 있는 오빠의 시중을 들어야 하기 때문에 파리를 떠날 수 없다고 거절했다.

    그녀의 오빠는 피에도르이며. 대대로 만도우바의 현악기를 만들던 집안의 아들이었다. 피에도르는 파리에서라면 자기가 만들어 내는 악기의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이 있으리라 믿고 시골에서 파리로 올라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가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파리의 명사들은 虛名을 좇기에 바빴으며, 이탈리아 악기가 제일인 줄로만 알고 젊은 그의 작품에 대해서는 돌아보지도 않았다. 피에도르는 실의와 가난 속에서 쓸쓸한 움막 같은 집에서 병이 들어 세상에서 버림을 받고 있었다.

    처녀는 그러한 사정을 다빈치에게 이야기했다. 다빈치는 그 처녀가 아름다운 음악을 훌륭히 연주해 낸 뷔올이 그 녀의 오빠가 만든 악기임을 알고는 그 솜씨에 깊이 놀라며, 결코 모르는 척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리하여, 어느 날 다빈치는 빈민굴 속으로 이 불우한 남매의 집을 찾아갔다. 피에도르는 감격하여 병들어 핼쓱한 두 볼에 핏기를 돋우며 자기의 야심을 말했다. 그는 지금의 뷔올에 만족하지 않고 있는 듯. 뷔올보다 짧고 모양도 훨씬 반듯하며 현이 네 개인 새로운 악기를 만들겠다고 했다. 이 새악기는 뷔올의 음색과 비교가 안 될 만큼 완전한 음색을 내게 될 것이라고는 확신을 가지고, 피에도르는 새악기의 설계도까지 내 보이며 열심히 설명했다.

     “그 새악기는 내가 사지. 꼭 완성하게!”

    다빈치는 이렇게 그 청년을 격려하고 그 자리에서 악기값을 내 주고 돌아왔다. 피에도르는 병든 몸을 채찍질해가며 밤낮 쉬지 않고 새로운 악기를 만들어 내기에 몰두했다. 약속한 날, 다빈치가 찾아가 보았더니 악기는 완성되어 있었는데, 피에도르는 가엾게도 말도 못할 정도로 지쳐 누워 있었다.

    그런 가운데서도 그는 누이동생에게 전날의 그 곡을 쳐 보라고 말했다. 다빈치의 귀에는 가냘프면서도 은근한 새악기의 줄을 타고 멜로디가 흘러 들어왔다. 다빈치의 눈에는 눈물이 괴였다. 지금까지 들어 본 적 없고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음색이었다. 졸졸 솟아오르는 샘물의 속삭임, 작은 요정들의 춤, 지나간 봄을 그리는 심혼의 한탄, 모든 것이 그 속에서 들려오는 듯했다.

    그런데 곡의 마지막에서 첫째 줄이 요란스럽게 높은 소리를 울리더니 탁 끊기고 말았다. 놀란 다빈치는 문득 피에도르의 얼굴을 돌아보니, 악기줄이 끊어지던 그 순간 젊은 예술가의 혼도 함께 살아지는 순간이었다. 이 새악기가 오늘에 전해지는 바이올린이다.

 

‘서양고사성어’에서

 

sh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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