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수학공식

조회 수 1592 추천 수 0 2013.06.07 20:13:34
백운대 *.146.14.192

 

 

얼마 전 어느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행복의 조건에 관해 물어와 짤막하게 몇 마디 했는데, 내가 한 말치고 퍽 괜찮았던 것 같아 여기 다시 적는다. ''쌍둥이별''이라는 영화의 원작소설을 쓴 조디 피코(Jodi Picoult)가 우리말로 번역된 그의 또 다른 소설 ''19''에서 소개한 행복의 수학 공식이 있다. 그에 따르면 행복의 공식은 ''현실÷기대''란다. 분수로 표현하면 현실은 분자이고 기대는 분모가 된다.

그렇다면 행복해지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는 셈이다. 우선 분자인 현실을 개선하는 방법이 있다. 사람들은 대체로 이 방법을 사용하여 좀 더 행복해지려 한다. 그러나 요즘 같은 무한 경쟁 시대에 이는 결코 만만한 방법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이보다 훨씬 쉬운 방법이 있다. 바로 분모를 작게 만드는 것이다. 분수의 값을 크게 하려면 분자를 키우는 것보다 분모를 줄이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99/4에서 분자를 하나 키워본들 100/4 25밖에 안 되지만, 분모를 하나 줄이면 99/3 33이 된다. 법정 스님께서 설파하신 무소유를 실천하면 분모가 아예 ''0''()이 되어 행복은 분자에 상관없이 무한대가 된다. 가난한 나라 부탄 국민의 97%가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낀단다.


대학 시절 어느 동아리 문집에 이런 글을 썼던 기억이 난다. ''함박눈이 흩날리는 명동길을 걸어 벗들이 기다리는 찻집에 들어설 때 코끝을 간질이는 두향차 내음. 행복이란 뭐 이런 게 아닐까?'' 내 주제에 뭘 원한다고 해서 그리 될 리 있겠는가 생각하며 늘 별것 아닌 일에 행복을 운운하며 살았던 것 같다. 남들은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던데 나한테는 여태껏 가슴이 먼저 뛰고 나면 되는 일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나는 기대만큼 안 되는 걸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작은 것에 만족하려 애쓰며 산다.


이렇게 얘기하면 자칫 내가 일찌감치 포기하고 노력조차 하지 않는 무기력한 삶을 사는가 싶겠지만, 나는 사실 치열하게 노력하며 산다. 최선을 다하지만 내가 원하는 결과는 오지 않을 수 있다고 스스로 다독이며 살 뿐이다. 그러면서도 내가 원하는 것의 반만이라도 이뤄지면 얼마나 좋을까 숨죽이며 산다. 평생 그렇게 살았는데 뜻밖에 노력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얻었다. 그래서 나는 행복하다.


-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행동생태학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297 云蒙山 file [2] Han Kim 2010-12-20 3795
296 수면 요령 10가지 망일산 2011-05-11 3779
295 비만의 원인이 장내 세균? [2] Han Kim 2010-11-02 3770
294 [건강상식] 고구마에 이런 힘이 있었네 [2] 샤인 2011-03-31 3770
293 미국의 길 이름(미주중앙일보) 샤인 2010-07-07 3763
292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세계인의 평가 [3] 샤인 2010-12-31 3756
291 Mt. Baden Powell by Dawson Saddle on 09-11-2010 [1] Scott Kim 2010-09-09 3748
290 독립기념일 연휴 등산- Taft Point & Sentinel Dome사진 file Sunshine 2010-07-11 3738
289 뇌내혁명; 플러스 발상법 [2] Sunshine 2010-12-03 3728
288 친구 [2] Chi Ho Ham 2010-08-18 3707
287 이거 우짜겠노? 샤인 2011-07-04 3642
286 발암물질? 영양소 파괴? "근거없다"(중앙일보) [2] 샤인 2015-03-10 3625
285 마음 가는 대로 [2] Chi Ho Ham 2011-05-11 3619
284 한반도에 드리운 중국의 그림자 [3] Han Kim 2010-10-13 3617
283 신이 주신 천연 면역증강제, 피톤치드 [3] 샤인 2010-07-08 3613
282 사진작가 패트릭 노트레이 샤인 2011-06-25 3601
281 위대한 지도자와 훌륭한 관료 [2] Han Kim 2010-11-10 3598
280 월드컵의 Kumbaya 샤인 2010-06-30 3574
279 10 Essencials in Hiking [4] Scott Kim 2010-10-05 3569
278 떫은 감으로 만든 곶감에서 어떻게 단맛이 날까? 샤인 2010-04-29 35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