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초상: 사진작가/ 조선희

조회 수 1769 추천 수 0 2013.07.03 16:14:03
시대의 초상
사진작가/ 조선희                   
     
“왜 내가 찍은 광고사진은 예술사진이 될 수 없는 거죠?”

한국 광고사진계의 스타 작가 조선희. 연세대학교 의생활학과를 졸업하고 김중만의 제자로 사진계에 입문한 후 독특하고 기괴하다는 평을 듣는 조선희 식의 사진으로 스타들의 사랑을 받는 사진작가로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5월부터 우리나라의 내로라하는 중견 남성 사진작가들과 함께 연예인들을 찍은 사진만으로 유명 미술관에서 ‘거울신화’ 사진전을 열어 주목을 받았다.
“왜 내가 찍은 광고사진은 예술사진이 될 수 없는 거죠?” 라고 당찬 질문을 던지는 조선희. 항상 ‘조선희 식의 생각과 조선희의 사유를 넣어서’ 사진을 찍는다는 그녀는 자신을 ‘연예인 전문 사진가’가 아니라 시대를 기록하는 ‘대중문화기록자’라고 말한다.
이번 주 ‘시대의 초상’에서는 카메라와의 질긴 사랑이 자신의 운명이라는 조선희의 솔직하고 거침없는 사진 이야기를 들어본다.


<나는 대중문화기록자다>
“왜 내가 찍은 광고 사진은 예술사진이 될 수 없는 거죠?”
“물론 사진을 찍어서 밥 먹고 생활하지만 내가 그 안에 내 정신을 녹이려고 노력하는 이상 단지 돈벌이만은 아니라는 거죠.” 라고 말하는 조선희.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사진을 예술이라고 생각 안했다’며 사진을 예술사진과 상업사진으로 나누는 기준이 대체 무엇인지를 되물었다. 조선희의 사진이 예술이 될 수 없다는 비방에 “선망해 마지않는 연예인들을 망가뜨리고, 내가 이렇게 아이디어를 넣어서 찍었으니까 예술이야, 이건 아니거든요.” 라며 ‘그 안에 생각을 녹여넣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어쩌면 자신은 예술과 상업을 나누는 논쟁 속에서 ‘순수와 상업 사이’ 그 경계 어딘가를 헤매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고백한다.
“이 시대에서 어떤 배우들이 스타성을 인정받고 포토그래퍼의 눈을 통해서 보여지고 받아들여지느냐.”를 보여주는 시대의 거울 역할을 하고 싶다는 그녀는 ‘조선희의 눈으로 조선희의 생각을 넣어서’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대중스타들을 기록’한 대중문화기록자로 기억되고 싶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내 사진은 사랑갈구증에서 시작했다>
“더 내가 사랑받기. 사람들이 더 나에게 관심을 가지게 계속 갈구하는 거죠. 사진도 같은 거예요”
조선희는 ‘사랑갈구증’ 때문에 사진을 시작했다고 말한다. “남에게 인정받고 싶고 관심을 받고 싶고, 아마 거기서 모든 게 출발한 거 같아요. 제가 5남매 중에 중간이거든요. 내가 쟁취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어지지 않기 때문에, 심하게 말하면 투사인 거죠.”
사진도 마찬가지였다. 연세대 사진동아리에서 활동하던 시절, 그녀의 사진을 보며 칭찬하는 선배의 말을 듣고 사진에 점점 빠져들었다. 그녀가 아직도 기억하는 말이 있다. 동아리에서 첫 출사를 나가서 들었던 말, “한 발 더 다가서라.” 좀 더 과감해지라는 뜻의 이 말은 조선희가 보아와 출연한 올림푸스 광고의 카피로 그대로 사용되기도 했던 ‘세상에 카메라를 들이댈 수 있는 용기’를 준 잊을 수 없는 말이었다.

<사진을 찍을 때 나는 악마가 된다 >
“다른 사람이 춥더라도 다른 사람이 힘들더라도 거기에 굴하지 않고 시키는 거, 저의 악마성이에요.”
조선희는 촬영 시 ‘좋아좋아’를 연신 외쳐대는 것으로 유명해졌고 자신의 스튜디오 이름까지 ‘조아조아’로 지었다. “70%는 정말 좋아서. 30%는 촬영장 분위기를 업 시키기 위해서” 항상 ‘좋아좋아’를 외친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때때로 거친 말도 서슴없이 하고 ‘악마성’도 발휘한다며 얼마 전 있었던 박해일의 촬영에 대해 이야기했다. ‘수조를 만들어 그 안에 물을 넣고 박해일 씨를 눕게 했다’는 조선희. ‘마음이 아프고 미안하고 그렇지만 그렇게 하면 더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그래도 굴하지 않고’ 시킨다고 하는 조선희는 사진기를 든 악마였다.
“그러게 언제 우리가 너보고 모델하라고 했어? 다음에 포토그래퍼로 태어나던가.”

<예인 전문 사진가 조선희?>
“최고의 모델은 누구냐고요? 그게 바로 우문이라는 거죠.”
‘조선희’ 하면 떠오르는 것은 연예인이다. 그녀가 각종 인터뷰를 할 때마다 꼭 나오는 ‘최고의 모델이 누구냐’는 질문이 ‘우문’이라며 ‘사람마다 다 가진 매력이 다 다르다.’ 고 말했다.
‘이영애’와 화장품 광고를 찍고, ‘보아’와 카메라 광고에 나란히 출연하여 성공한 사진작가의 이미지를 대중에 널리 알렸다. 그러나 이렇게 얻은 유명세 덕에 그녀에게는 ‘연예인 전문 프로필 사진가’라는 비방이 따라다닌다.
‘항상 빅스타를 찍을 때’에만 ‘TV에서 보여주기 때문에 조선희라는 사람은 연예인 찍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2006년에 펴낸 ‘힐링포토’라는 작품 사진집을 통해 대중들 앞에 그들이 미처 몰랐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평소 솔직하면서도 소심하다는 그녀는 한때는 그런 비방에 상처를 많이 받았지만 이제는 “상처를 받고 거기에 대해서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쓸데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간의 아픈 속내를 드러내 보이기도 했다.

<비주류 조선희>
“특이했던 거죠. 사진과도 안 나왔고, 여자고, 사투리도 빡빡 쓰고..”
조선희가 유명해지기 시작하면서 한때 그녀에게는 ‘비주류’라는 꼬리표가 붙어 다녔다.
“처음에 인터뷰를 했던 그 기사의 제목이 비주류 조선희였어요.”
어렵사리 들어온 프로젝트 제의에 흥분이 가시기도 전에 비주류라는 이유로 취소당했던 그녀는 “내가 정말 잘 돼서 누가 그렇게 내 것을 빼앗아가게 하진 않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제 더 이상 ‘비주류’라고 부를 수 없을 만큼 자신의 위치를 끌어올린 조선희는 “약간의 자격지심을 떨칠 수 없겠지만 그랬기 때문에 자유로울 수 있는 거죠. 아는 게 없으니까. 무식이 용감하다고.” 말하며 웃었다.

<카메라와 질기게 사랑하는 그녀. 조선희>
“어느 날 갑자기 아무도 나한테 사진을 찍어 달라고 의뢰를 하지 않으면 어떡하지?”
“언제든 모든 사람들이 저를 잊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언제나 일이 넘칠 만큼 인기 있는 사진작가 조선희는 아직도 불안하다고 고백했다. “산 정상에 올라갔다고 한 번도 얘기한 적도 없고 그렇게 생각한 적도 없다.”는 그녀는 자신은 ‘배고픈 예술가’라고 말했다.
제작진이 마지막으로 물었다. 그런 불안감에도 불구하고 고집하는 ‘조선희 스타일’이 무엇이냐고.
“솔직하게 거침없이 사는 거. 사람을 대할 때도, 사진을 찍을 때도, 술을 마실 때도, 싸울 때도.”
‘조선희다움’ 그 자체로 승부하는 조선희는 카메라와의 질긴 사랑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 EBS, 2007. 8.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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