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 이시형 박사

“우리는 20세기 산업 사회에서 앞뒤 따지지 않고 치열하게 달려왔습니다. 이제는 현명하게 생각하고 뛰어야 합니다. 그게 바로 세로토닌적인 삶이지요.”

저명한 정신과 의사이자 『공부하는 독종이 살아남는다』 등 베스트셀러의 저자인 이시형 박사(76·사진)는 세로토닌(serotonin)에 흠뻑 빠져있다.

5년 단위로 사회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주제를 연구해온 그가 이번엔 우리 사회의 병리현상을 치료하는 방안으로 세로토닌에 주목했다. 그 결과 세로토닌의 중요성과 이를 체내에서 활성화하는 방안을 정리해 최근 『세로토닌하라!』(중앙북스)를 내고 14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세로토닌은 부정적인 감정과 충동을 조절해 온화한 마음을 만들어주는 뇌 속 물질로 일명 ‘행복 호르몬’으로 불린다. 충동적 성격을 만드는 엔돌핀, 도파민, 노르아드레날린 등의 호르몬 조절 기능을 가지고 있어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현재 ‘엔돌핀적 문화’에 빠져있습니다. 엔돌핀은 행복 물질로 알려져 있지만 과잉되면 강력한 중독 증상을 일으키거든요. 그렇게 되면 충동을 유발하고 우울증과 자살 등 심각한 병리 현상을 일으키기도 하죠. 그런 만큼 이제는 ‘세로토닌적 문화’가 필요한 시대입니다.”

우울증치료제로도 처방되는 세로토닌은 우리 체내에서 만들어지기도 한다. 뇌는 자극에 민감해서 몇 분만 투자하면 세로토닌이 만들어진다. 그가 이번에 낸 책은 수십 년에 걸쳐 세로토닌을 연구한 일본 토호(東邦)대학 의학부의 아리타 히데오(有田秀穗)교수와의 연구결과를 중심으로 세로토닌을 활성화하는 방안이 담겨 있다. 그가 제시하는 방안은 ‘눈물이 나도록 감동하라’ 등 의외로 간단하다. 또 올바로 걷거나 명상을 하거나, 밥을 천천히 씹어 먹어도 세로토닌이 분비된다고 귀띔했다.

“친한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실 때, 연인이 서로를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볼 때 사람 몸속에는 세로토닌이 형성됩니다.”

그는 우리 국민이 성숙한 세계 시민으로 거듭나는 ‘세로토닌 문화’를 꿈꾸고 있다. 이미 사회운동을 시작했으며 몇몇 뜻있는 대기업들이 이에 동참했다. 강북 꿈의 숲에서는 주민들과 함께 ‘세로토닌 워킹’을 하기도 했다. 이번에 낸 책도 이 운동을 알리고 생활하는 데 도움이 될 지침서 성격이다.

‘화병(Hwa-byung)’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정신의학용어로 만든 그가 제시하는 새로운 사회적 처방이 우리 사회가 잃어버린 여유와 진정한 행복을 되찾아 줄 수 있을지 기대된다.

김성희 기자·이지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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