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블레의 십오분

조회 수 3086 추천 수 0 2010.06.21 22:46:39

레스토랑이나 카페에서 음식을 먹은 뒤 돈이 모자라거나 없을 때 ‘라블레의 십오분’ 이라는 말을 쓴다. 라블레는 ‘파뉼주’ 라는 잔인한 기지를 가진 인물을 소설 속에 창조해 냈는데, 그 자신도 매우 위트에 능했던 것을 증명하는 재미있는 일화를 남기고 있다.

   라블레는 프랑스 왕 프랑스와 1세의 명을 받고 로마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었다. 그가 리온에 왔을 때는 여비가 딱 떨어져서 어느 호텔에 갇히는 몸이 되었다. 자기의 신분을 밝힌다면 호텔 비용쯤은 문제가 아니었겠지만, 라블레는 그러기는 싫었다. 어떻게 하면 이 난국을 돌파할 것인가. 심사숙고 15분 만에 한 가지 계책이 머리에 떠올랐다.

   그는 먼저 누구에게도 정체가 밝혀지지 않도록 자기의 신분을 저명한 의학자로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의 연구 성과를 발표하겠으니, 의사들은 모두 모이게 하라고 일렀다. 그리고 목소리까지 바꿔 의학사의 매우 어려운 문제에 대해서 강연을 했다. 사람들은 놀라며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는데, 라블레는 갑자기 무엇인가 생각이 난 듯 창문을 모두 닫고는,

   “결코 누구에게도 이야기를 해서는 안 됩니다.”

라는 다짐을 받고서, 지금부터 중대한 비밀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청중들은 호기심이 가득해 눈이 동그래서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두 봉지의 약 같은 것을 꺼냈다. 한 봉지는 ‘국왕에게 드릴 것’, 또 하나는 ‘왕비에게 드릴 것’ 이라고 씌여 있는 그 약을 쳐들며 그는 말했다.

   “나는 멀리 이탈리아에까지 독약을 연구하러 갔었는데, 여기 이 두 봉지의 약은 모두 강력한 효력을 가진 독약이며, 극히 소량으로 인명을 빼앗는 힘을 가졌습니다. 또한 어떠한 해독제도 통하지 않는 것입니다. 지금부터 나는 이 독약을 가지고 파리로 가서 국왕과 왕비와 그 자식들에게 먹일 것입니다. 그리하여, 제군을 위하여 그 폭군을 없애려는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서로 쳐다보기만 하고 말이 없더니, 하나 둘 어느 틈에 밖으로 빠져나갔다.

   라블레는 혼자 뒤에 남아 있었다. 그가 상상한 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 시의 경찰이 호텔을 포위하고 라블레를 체포했다. 그리고 가마에 가두고 엄중한 경계를 하며, 시의 유지들이 뒤를 따르며 파리로 호송되었다. 가는 도중 그는 중대 범인으로 오히려 정중한 대접을 받았으며, 리온 시에서 낸 비용으로 태평스런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왕은 중대범인을 체포했다는 말을 듣고 직접 범인을 보려고 그 앞에 이르렀다. 이 때 라블레는 변장을 거두고 제 목소리로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왕은 라블레를 칭찬했으며, 그와 더불어 주연을 베풀었다. 리온 시의 유지들은 국왕으로부터 그 충성을 칭찬받기는 했지만, 의외의 결말에 어이가 없어서 시무룩해 돌아갔다고 한다.

'서양고사성어'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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