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3시간 싸움

조회 수 4174 추천 수 0 2010.12.21 14:06:00
Han Kim *.104.164.161

 

1996년 하버드대에서 뇌를 연구하던 질 볼트 테일러 박사는 눈 뒤쪽을 날카로운 것으로 찌르는 듯한 고통을 느끼며 잠에서 깼다.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녀는 평소처럼 운동을 하려고 러닝머신에 올라갔다. 그녀는 오른팔이 마비되고서야 뇌졸중이라는 걸 깨달았다. 테일러 박사는 8년 치료 끝에 회복했고, 그 과정을 '긍정의 뇌'라는 책에 담았다. '뇌과학자의 뇌졸중 체험기'라는 부제(副題)가 붙었다.

▶뇌혈관이 터지거나 막히는 뇌졸중은 영어로 '스트로크(stroke)'라고 한다. 테니스 선수가 공을 라켓으로 때리는 것처럼 뇌에 타격을 입힌다는 얘기다. 보통 병명이 '증(症)'으로 끝나기 때문에 뇌졸중을 '뇌졸증'으로 잘못 아는 이들이 많다. '뇌졸중(腦卒中)'에서 '졸'은 '갑자기'라는 뜻이고 '중'은 '맞다, 독에 치이다'라는 의미다. 폐의 활동이 갑자기 멈추는 폐졸중(肺卒中)도 있다.

▶몇 년 전 건강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가장 두려운 질병 1위가 치매, 2위가 뇌졸중이었다. 단일 질환 중에 우리나라 사망 원인 1위가 뇌졸중이다. 지난해 뇌졸중 환자는 53만명으로 4년 전보다 11만명이나 늘었다. 세계적으로 2초마다 1건씩 발생하고 6초마다 한 명이 뇌졸중으로 사망한다.

▶뇌졸중 치료는 '3시간 싸움'이다. 증상이 나타난 지 3시간 안에는 막힌 혈관을 뚫어 주는 혈전(血栓) 용해제를 쓸 수 있다. 그러나 방치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치료도 어렵고 반신불수를 비롯한 후유증이 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전국 뇌졸중 진료 병원을 조사했더니 올해 뇌졸중 환자들이 초기 증상을 보인 뒤 응급실에 도착하기까지 평균 13시간44분이 걸렸다고 밝혔다. 환자 10명 중 6명이 병원에 늦게 오는 바람에 후유증을 막을 기회를 놓친 셈이다. 대개 증상을 잘 몰라 꾸물거렸기 때문이다.

캐나다는 2003년부터 뇌졸중 위험을 알리는 TV 광고를 집중적으로 내보낸 뒤 뇌졸중 환자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한다. 미국도 지속적인 홍보를 벌여 한때 사망원인 1위였던 뇌졸중을 3위로 끌어내렸다. 우리나라에서 뇌혈관 질환에 따른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77명으로 OECD 평균 53명보다 크게 높다. 선진국처럼 뇌졸중 응급구조 시스템을 정비하고 뇌졸중 대처 요령을 널리 알리는 국가적 대책이 시급하다.

입력 : 2010.12.21 22:18

  • 조정훈 논설위원 donju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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